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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성착취범 재판도 절차 중요"…'위수증 법칙'에 무죄 나왔다

2020.11.20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법칙, 성착취범 재판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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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성착취범 등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의 휴대폰 비밀번호 잠금해제 등에 대한 법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여성 21명에게 음란 사진과 음란 행위를 요구하고 협박한 20대 남성(범행 당시 19세)이 항소심에서 경찰의 위법한 증거 수집이 인정돼 일무 무죄를 받고 감형(5년→3년)됐다. 피해자도 1심에서 인정된 21명에서 14명으로, 소지 음란물도 346건에서 229건으로 줄었다. 지난달 15일 이 판결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성착취범 재판에서도 수사의 적법한 절차를 강조했다. A씨의 형량엔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이 참작됐다.

지난해 수사 당시 A씨는 자백을 했었다. 1심에선 모든 혐의에서 유죄를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후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위수증) 카드를 꺼내며 A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위수증의 법칙은 아직 법리가 확립되지 않아 주로 대형 형사사건에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동생을 범인이라 생각한 경찰


A씨는 2년 전 랜덤 채팅앱을 통해 만난 피해자 B씨(당시 12세)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받았다. 이후 연락이 끊기자 피해자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내 접촉했다. 재차 거절당하자 A씨는 B씨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B씨의 사진을 유포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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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A씨의 페이스북 계정 인터넷주소(IP)를 확보했다. 주민등록상 IP의 가입자는 A씨의 어머니였다. 등본상 해당 IP주소엔 A씨가 아닌 A씨의 동생이 부모님과 살고 있었다. A씨 역시 같은 집에 살았지만 등본상으론 빠져있었다. 경찰은 A씨의 동생인 C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경찰은 집에 가서야 피의자가 당시 출근해 집에 없던 A씨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 증거가 인멸될 우려에 경찰은 A씨 어머니에게 영장을 보여준 뒤 집을 수색했다. 수사관은 이후 A씨가 근무하던 직장으로도 찾아가 A씨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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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이 판결이 있었던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뉴스1]


A씨 변호인단의 반격


A씨의 항소심 변호인단은 이 단계부터 위법수집증거란 주장을 했다. 영장에 A씨가 아닌 A씨의 동생 이름이 적혀있으니 영장을 다시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A씨의 참여를 배제한 압수수색도 위법하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이 A씨의 동생 이름으로 영장을 발부받은 건, 수사 초기에서 피의자를 특정하려 최대한 노력한 결과라 봤다. A씨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A씨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알렸을 경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압수수색 단계에서 피의자의 이름이 실제 피고인과 다른 경우는 종종 있다"고 했다.


일부 피해자 수사, 위법증거로 무죄


두 번째 쟁점은 수사 중 발견된 다른 피해자에 대한 여죄 문제였다. 경찰은 A씨에게 제출받은 휴대전화에서 피해자 B씨 외에 또 다른 성착취 피해자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씨를 신문해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해당 휴대전화는 피해자 B씨에 대한 범죄 수사를 위해 받은 영장으로 확보한 것이었다.

법원은 동종 범죄라도 피해자가 다르다면,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며 받은 영장으로 다른 피해자에 대한 수사까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이 휴대전화에서 나온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죄는 A씨의 자백 외에 증거가 없어 무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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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 검찰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동의 없는 클라우드 압수수색은 위법"


세 번째 쟁점은 A씨가 경찰에 임의 제출한 또 다른 휴대전화에 연결된 클라우드 압수수색 문제였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A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이어 휴대전화와 연결된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함께 받았다. 변호인은 이 과정이 모두 강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A씨를 차로 끌고 들어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휴대전화를 분석하다 A씨가 네이버가 아닌 또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이 클라우드를 수사할 때는 A씨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여기서도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찾아냈고 A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이 혐의에 대해선 "피의자의 동의 없는 위법한 수사"라는 A씨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여기서도 일무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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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도 위법수집증거배제의 법칙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도 주장하는 '위수증의 법칙'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위수증의 법칙'은 최근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주요 피고인들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사용하는 법리다. 진술거부권과 함께 피고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도 불린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이나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할 것이라 밝힌 것도 이 위수증의 법칙과 연결돼있다. 수사의 적법절차와 정의의 실현이란 결과를 두고 저울질을 하는 성질의 법리이기 때문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한국 법원은 아직 이 위수증의 법칙을 잘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며 "고관대작과 같은 피고인들이나 겨우 이런 주장을 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어 "광범위해지는 수사기관의 디지털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의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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